꼴
정 명 석
여느 때처럼 새벽기도를 하려는데, 방에 있던 땅콩 한 봉지가 눈에 보였습니다. 땅콩을 꺼내 먹었습니다. 하나를 먹고 나니까 껍데기와 부스러기가 생겼습니다. 땅콩 하나를 먹는데도 ‘꼴’이 생겼습니다. 그것을 청소하느라고 오히려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부스러기를 치우고, 주님께 기도했습니다.
“주님, 땅콩 한 개를 먹는데도 꼭 껍데기가 생기고 귀찮은 일이 생기네요.” 이에 주님은 “땅콩 하나라도 먹으려면 꼭 껍데기라는 꼴을 봐야 하듯이, 만사의 모든 일이 그러하다.” 하셨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사람끼리도 꼴을 못 보고 지적하고, 외면하고, 등 돌리고, 미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용서하지 않고 싸워 대고, 죽이기까지 하고, 전쟁까지 한다. 네가 지금까지 봐 오지 않았느냐? 이 꼴 저 꼴 못 보면, 이 꼴 저 꼴 다 안 된다.” 하셨습니다.
아기를 키우는 엄마가 더럽다고 아기 기저귀 꼴을 못 보면, 어떻게 아이를 돌볼 수 있겠습니까? 농사지을 때 흙먼지 꼴을 못 보고 피해 다니기만 하면 농사를 못 짓는 것입니다.
살다 보면 각종 상황 속에서 수백 가지 ‘꼴’을 보고 겪게 됩니다. 고통, 어려움의 ‘힘든 꼴’을 못 보면 존재하기 어렵고, 성공하지 못합니다. 꼴을 봐도 참고, 앞날의 희망을 가지고 기쁨으로 생각하며 가야 됩니다.
마태복음 7장 3절, 예수님은 “어째서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보라. 네 눈 속에 들보가 있는데, 어찌하여 형제에게 말하기를 나로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게 하라 하겠느냐.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서 티를 빼리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을 달리하면, 먼저 자기 골을 깨달으라는 말씀입니다. 자기모순을 고치면서 자기 갈 길을 가기도 바쁜데, 남의 꼴을 못 보고 말하고 다니면, 그 좋은 시간을 헛된 곳에 쓰게 됩니다.
다쳐서 상처가 난 곳에 딱지가 앉은 것을, 흉하다고 꼴을 못 보고 쥐어뜯으면 오히려 덧나서 치료 기간이 더 늦어지죠? 흉터까지 생깁니다.
타인의 약점과 단점인 ‘꼴’을 견디지 못해 미워해 버리고, 말해 버리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상대를 속상하게 만들고, 결국은 자신도 속상한 꼴을 당하게 됩니다.
남을 살려야 그 마음을 가지고 자기도 살립니다. 남을 살리는 마음이라면, 그 마음을 가지고 자기도 살리는 법입니다. 남의 약점 꼴을 못 봐주고 지적하는 사람에게는 하늘도 그가 행한 대로 하십니다. 반면에, 달고 쓴 것들을 다 겪으면서 이 꼴 저 꼴 다 보고 살면, 어느 날 안개가 걷혀 청아한 하늘이 보이고 기다리던 소망이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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