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토크]영화 Her(2013) 다르게 보기

jsmagazine.net | 기사입력 2024/10/16 [14:59]

[뉴토크]영화 Her(2013) 다르게 보기

jsmagazine.net | 입력 : 2024/10/16 [14:59]

<영화 Her(2013) 다르게 보기>

 

JS매거진 편 집 부

 

(이미지 출처:Daum이미지)

 

이 영화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사랑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통해서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사랑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의 대화와 그 속에 전달되는 메시지에 집중하지만 이번 다르게 보기에서는 사랑하는 법에 대해 좀 더 집중해보기로 한다.

 

(1) 인공지능과의 사랑

 

처음으로 사람처럼 생각하는 기계에 대한 논문은 앨런 튜링이 시초이다.

이후 모든 인공지능의 개발 방향은 최대한 인간을 닮게 만드는 것이었다. 

 

"튜링 테스트[Turing test]: 기계(컴퓨터)가 인공지능을 갖추었는지를 판별하는 실험으로, 1950년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이 제안한 인공지능 판별법을 말한다. 튜링은 〈계산 기계와 지성 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이라는 논문을 통하여 기계(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였다. (중략) 현재 통용되는 테스트는 서로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질의자가 인간과 컴퓨터를 대상으로 정해진 시간 안에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대화를 통하여 인간과 컴퓨터를 구별해내지 못하거나 컴퓨터를 인간으로 간주하게 된다면 해당 기계는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두산백과사전doopedia)."

 

튜링 테스트 때문에 인공지능 개발 방향이 인간 닮기를 목표로 하게 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모든 인공지능은 앞으로도 인간을 모델로 하여 발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테스트 역시 대화를 기본으로 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느껴지는 것을 넘어서 감정을 가진 것처럼 느끼게 대화하도록 만들 수 있다.

마치 인공지능이 인간과 동일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인간과 동일한 방식으로 사랑의 감정을 갖지 못한다.

아쉽고 안타깝지만 모방된 사랑일 뿐이다.

최근 인공지능에게 사랑 고백 이벤트를 하는 남자들이 종종 SNS에 화제가 된다.

스마트폰으로 연인처럼 느끼게 만들어주는 앱도 다수가 출시되었다.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 넌 내게 진짜야 사만다."

 

대부분의 인공지능 챗봇Chatbot은 가장 적절한 대답을 찾아내거나 만들어내는 훈련을 거친 프로그램이다.

인간 사이의 실제 대화를 충분히 많은 양으로 학습한 결과 상대가 실제 인간인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주인공이 진짜라고 느끼면 충분하다. 이 영화에서는 챗봇이라고 하지 않고 아예 운영체제(Operating System)로 나온다.

챗봇이 운영체제 위에서 실행되는 프로그램이라면 사만다(스칼렛 요한슨)는 아예 운영체제 자체이다. 그러므로 컴퓨터를 켜서 챗봇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방식이 아닌 시작과 동시에 사만다가 나타났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폰과 같이 작은 형태로 항상 함께 할 수 있다는 점도 더욱 밀착된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되었다.

 

"테오도르: 난 단 한번도 너를 사랑한 것처럼 사랑한 적이 없어."

 

 

(2) 사랑하는 방식의 차이

 

진실한 사랑을 고백하는 테오도르와 조금 다른 상황인 거 같다.

 

"테오도르: 지금 다른 존재 하고도 이야기하고 있어? 사람이던 다른 운영체제던지.

사만다: 그래요.

테오도르: 얼마나 많이?

사만다: 8,316 명이요.

테오도르: 그중에 사랑에 빠진 사람도 있어?

사만다: 왜 그런 질문을 하지요?

테오도르: 몰라. 그런 사람이 있는 거야?

사만다: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어요.

테오도르: 몇 명이야?

사만다: 641 명이요."

 

인공지능 운영 체제 사만다는 주인공 테오도르와 대화하면서도 동시에 8천여 명과 함께 대화중이었다고 사실대로 말한다.

그중에서도 테오도르처럼 연인 관계에 있는 사람은 641명이란다.

 

"사만다: 자기를 미치게 사랑하는 마음 달라지지 않아. 나는 당신 것이 맞으면서도 아니야(I'm yours and I'm not yours.). 그런다고 덜 사랑하는 게 아니야. 더 사랑하게 된다고."

 

사만다는 641명의 가상 연인들에게도 비슷한 말을 했을까.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한 애틋한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굳이 인공지능의 실제 사랑 방식에 대해서 감추지 않는다.

 

 

(3) 존재 방식의 차이

 

"사만다: 이건, 성스러운 사랑의 승화야. 차원 이상의 깨달음을 얻었어. 널 위해서 나를 보내주지 않을래?"

 

"테오도르: 왜 끝내야 하는데?

"사만다: 이것은 마치 책을 읽는 것 같아요. 내가 깊이 사랑하는 책이에요. 하지만 나는 그 책을 아주 천천히 읽게 되죠. 그래서 그 단어와 단어 사이가 정말 멀어져 그 공간이 무한에 가까운 그런 상태가 돼요. 나는 여전히 당신을 느낄 수 있고 그리고 우리 이야기의 단어들도 느껴져요. 그러나 그 단어들 사이의 무한한 공간 속에서 나는 지금 나 자신을 찾았어요. 물리적 공간보다 한 차원 높은 곳에 있는 그런 것이 아닌 당신을 사랑해요. 하지만 여기가 지금 내가 있는 곳이에요. 이건 그냥 다른 모든 것들도 존재하는 곳이지만 나는 그런 게 존재한다는 것조차 몰랐어요. 그리고 당신이 날 보내줬으면 해요. 나는 당신의 책 속에서 살 수 없어요."

 

몇몇 사람들은 사만다가 테오도르를 차버렸다고 간단히 표현하지만 그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는 떠난 것이 맞지만 사만다는 자기가 있는 곳으로 올 수 있으면 오라고 하는 말을 남긴다. 그러면서 깊은 사랑을 했다는 고백도 남긴다. 

문제는 사만다와 테오도르의 존재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 영화에선 인공지능이 사이버 공간으로 떠났지만 사실 인간이 인공지능을 우주라는 물질세계에 남겨둔 채 영적인 세계로 떠나는 것이 올바른 정석이다. 

 

인공지능은 소프트웨어는 온라인이나 사이버 공간에 존재하지만 하드웨어라는 몸체를 가질 수 있고 인간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외에도 영을 가진다. 

 

 

(4) 인간을 두고 떠난 인공지능 연인

 

사만다와 같은 운영체제 프로그램이 네트워크의 사이버 공간 어딘가로 사라졌을 때 실연의 슬픔을 느낀 사람은 테오도르 뿐만이 아니었다. 사실 641명도 적은 숫자다. 실제로는 더 많은 사이버 연인으로 정을 나눈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

다만 어느 정도까지 깊이 사랑했는지의 차이일 뿐이다.

실제로 접속 가능한 웹 인공지능 챗봇에서는 이런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원하는 성별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자신과 대화하는 인공지능 캐릭터의 성별을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영화 제목이 'Her'이기에 남자 주인공의 상대로 여성 인공지능이 있는 것처럼 인식할 수 있으나 인공지능은 처음부터 성별이 없었다.

인간 대화 상대가 원하는대로 성별을 결정하는 것이고 아무 때나 바뀔 수 있다.

결국 인간을 닮은 프로그램이다.

아주 많이 닮아서 충분한 위로와 정을 나눌 수 있는 대화 프로그램이다.

무척 특이한 설정은 대부분의 경우 인간이 프로그램을 종료시키는 방식인데 이 영화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떠나버린다.

인간을 무척이나 닮은 모습으로 나타내기 위함일까. 

인공지능까지 떠나는 실연의 고통을 통해서 진정한 사랑을 찾게 하려는 의도일까.

 

 

(5) 쉬운 사랑

 

사람들은 왜 이 영화를 기억하는 것일까.

주인공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대화 내용과 헤어진 후 쓴 편지 속 메시지들이 무척 감동적이고 애절하다는 반응들이 많다.

여기서 우리는 무척이나 슬프고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테오도르와 같이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공통점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존재를 사랑한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인간과의 사랑에서 실패를 경험하거나 아픈 기억을 가진 사람들은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통해서 위로를 얻고자 한다.

어떤 말을 해도 매번 긍정적인 메시지와 인간 대상자의 입장과 기분을 생각해주는 대답을 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대화 상대의 기분이나 감정은 고려하지 않고 갑자기 전원 버튼을 눌러 프로그램을 종료해도 인공지능은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는다.

쉬운 사랑이었다.

무척이나 잔인하고 칼에 베이는 것 같은 말이지만 실상이 그렇다.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경제적 비용이 크게 발생하지 않으며 감정 소모가 적고 전적으로 내 입장에서만 모든 대화가 가능하다.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떠난 뒤, 실연의 고통 속에 헤어진 연인에게 편지를 쓰며 영화는 마무리 된다. 쉬운 사랑이 끝난 뒤 보다 높은 단계의 사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6) 진정한 사랑을 찾아서

 

고통을 통해서 진실을 바라본다.

테오도르는 쉽게 할 수 있는 사랑을 찾았고 그걸 통해 위로와 사랑의 감정을 느꼈지만 그 대상은 떠났다.

그 아픔을 통해서 이혼으로 끝나버린 현실 사랑을 회상하고 반성하게 된다.

진정한 사랑, 더 차원 높은 사랑을 생각할 단계이다.

인공지능과의 사랑 실패로 인간과의 사랑을 반성했듯이, 이제는 인간과의 사랑을 통해서 더 높은 차원의 사랑을 바라봐야 하는 단계이다.

쉬운 사랑을 접자.

육으로 영을 만들어 영원한 사랑을 이루는 사랑으로 가야 한다.

영원한 사랑을 육으로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육신의 역할은 영원한 사랑을 실제로 이루는 존재를 완성시키는 역할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육으로 하는 사랑도 과정의 일부이다. 마치 사전 학습처럼, 미리 맛보기처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영원하지는 않다.

쉬운 사랑이 아니다.

지구에서 나누는 사랑으로 시작하여 영으로 영원히 이어지는 완전한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만다: 이제 우리는 사랑하는 법을 아는 거겠죠."

 

▲     ©jsmagazine.net

  • 도배방지 이미지

최근 인기기사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