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골에서 성자를 다시 만나 회심한 이야기]
∥회골 밭에서 농사짓던 시절∥
회골은 바람이 돌아가는 골짜기라는 뜻으로, 우리 가정의 밭이 제일 많았던 골짝이다. 많은 시간을 거의 이 골짝에서 일하며 지냈다. 가는골과 논골과 다릿골 양달에 산전(山田)들이 있었고, 특히 회골 밭은 아주 옥토 밭으로 3000평 정도 되었다. 주로 여기가 생활 농사 생산지였고, 인삼 농사도 최고 많이 할 때는 이 밭에다 1500칸 인삼을 심기도 했다. 형제들이 총력을 다하면서 농사지을 때였다. 큰형은 서울에 사니 농사와 상관이 없었고, 부모님과 다섯 형제와 함께 일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기도굴에서 하산∥
한편, 회골은 '내 마음을 돌이켜 회심한 골짜기'이기도 하다. 다릿골 기도굴에서 긴긴 세월 동안 기도 생활을 하다가, 한때 너무 힘들어 견딜 수가 없었던 적이 있다. 배고픔과 추위. 그리고 기도 굴의 습한 환경으로 인해 몸이 견딜 수가 없고 더 이상 지탱을 할 수가 없었다. 햇빛을 보지 못하니 더욱 그러했다. 그렇다고 낮에 햇빛만 보러 나올 수도 없었다. 굴속에 오래 있으면 사람이 못 견된다. 큰 너무도 굴속에 넣어 놓고 몇 달씩 가면 썩이서 툭툭 부러진다. 나도 몸이 썩은 것처럼 힘들고 혼이 나가서 결국 하산하여 집으로 향했다. 성자께 간다고 이야기도 하지 않고 내려왔다. 기도굴에서 하산할 때 '이렇게까지 고통을 받으며 신앙생활을 해야 하나? 나 혼자 이토록 사서 고생을 하면서 굴에까지 가서 기도해야만 성자가 들어주시는가? 이제까지 수도 생활 했으면 오래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자께서 앞날에 어떤 확실한 약속을 하신 것도 없었기 때문에 막연했던 것이다. 집에 돌아오니 부모님도 좋아하셨다. 집에서 일을 도우며 햇빛을 많이 보니 점점 생기가 돌고 몸도 좋아졌다. 기도굴에서 내려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성경은 늘 보았다.
∥인생의 앞날을 생각하면 곤고했지만…∥
기도굴에서 나온 지 시간이 좀 지났을 때다. 어느 날 마음이 답답하고 곤고하여 오랜만에 진산에 나가게 되었다. 돈이 없어 먹을 것은 사 먹지도 못하고 눈으로 구경만 하다가 구경할 것 다 하고 해가 질 때쯤 진산에서 앞섶골 장수바위를 지나 회골 쪽으로 지나오게 되었다. 진산에 가서 보고 싶은 것을 다 봤어도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회골을 지나 집에 오려고 지름길로 질러오다가 회골 연못을 지나게 되었다. 연못 옆에 넓적한 바위가 하나 있어서 거기에 올라갔다. 초가을이라 달이 참 밝았다. 누워서 달을 보고 인생 앞날을 생각하며 '내 인생 어떻게 살아갈까?' 하고 생각했다. 이 생각저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슬퍼지면서 입에서 노래가 흘러나왔다. “목이 메인 이별가를 불러야 하느냐. 돌아서서 피눈물을 흘려야 하느냐. 사랑이란 이런가요. 비 내리는 광야에서 죄도 많은 인생이라…” 이때 성자의 심정이 선연히 느껴지면서, 보이지는 않지만 성자가 이 노래를 부르시는 것 같았다. 나를 놓고 슬퍼하며 성자 자신의 입장을 노래로 읊으신 것이 마음에 와닿고 깨달아졌다. 그러나 내가 아는 체하고 성자와 또 이야기하다 보면 기도하러 산에 가야 되니까 그냥 모르는 체했다. 기도굴에 한번 가면 성자가 또 잡고 안 놓아 주실 것이기 때문이었다. ∥회골의 빈 흙집에서 성자를 다시 만나다∥
그때 휘영청 보름달에 가까운 달이 떠서 비추고 있었다. 다시 일어나 더 올라가다가 회골의 암골바위 옆까지 가서 보니 인삼 밭을 지키려고 작게 지어 놓은 빈 흙집이 있었다. 원두막 단칸방 흙집이었다. 인삼은 다 캐 가고 안은 비어 있는 집이었다. 거기에 들어갔다. 가을이라 춥고 서늘하여 주위에서 나뭇가지를 가져다가 방바닥에 불을 피워 놓고 쬐었다. 나는 산에 있을 때 너무 추워서, 죽지 않게 불을 피울 수 있도록 성냥을 늘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불을 피워 놓고 쬐니 따뜻하고 좋았다. 굴처럼 습기도 없고 건조하니까 여기서 기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쭈그리고 불을 쬐는데, 내 앞에 한 사람이 허름한 두루마기 옷을 입고 있어서 누군가 하고 자세히 보니 세마포를 입은 예수님 모습의 성자이셨다. 처음에는 얼굴을 안 보이시다가 나중에는 얼굴을 보여 주셨다. 그러나 아는 체하면 성자께서 "나 봤구나."하고 말을 건네게 되고, 그러다 말이 통해 같이 사연을 나누다 보면 또 성자의 말을 들어드려야 되고, 결국 애인을 따라가듯 기도굴에 들어가야 하기에 모르는 체하고 있었다. 그렇게 쪼그리고 않아 있는데, 성자도 내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양손으로 불을 쬐고 계셨다. 그 고생되는 곳으로 가자고 먼저 선뜻 말씀하지 못하시고, 내가 먼저 가겠다고 하기를 원하시는 눈치였다. 애인은 스스로 사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단해야만 세상에 나가서도 쓰러지지 않는다∥
가만히 성자의 옷을 보니 빨래를 해야 할 정도로 검었다. 옷이 검은 것을 보니 마치 같이 있던 신부가 없어져서 신랑 옷을 신부가 못 빨아 준 것 같았다. 세마포 소매에 때가 묻은 것이 훤히 보였다. 산에서 기도할 때는 성자의 옷이 빛이 나고 깨끗하게 보였는데, 애인인 내가 옷을 빨아 드리지 않아서 더러워진 것 같았다. 내가 빨아 드려야 되는데 6개월이나 빨아 드리지 못한 것이었다. 나 역시도 옷이 후지고 어두웠다 오래 침묵하다가 결국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오셨냐고 여쭈었다. 성자께서는 나를 계속 따라다녔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아까 노래도 불렀다고 하셨다. 서로 대화를 하면서 나는 성자께 내 입장과 사연을 말했다. 몸도 안 좋고 너무 힘들고 어려워서 기도굴에서 내려왔다고 했다. 성자께 말씀드리기를, "성자는 신이시고 저는 육이라서 제가 병들어 죽으면 성자도 저도 손해이니 어쩌겠습니까? 힘드니까 몸에 바람 좀 쐬고 올라가겠습니다." 했다. 그리고 이어 말씀드리길, "성자는 좋은데, 그곳이 너무 힘듭니다."하며 집에서 기도하면 안 되냐고 물었다. 그리고 여기 회골도 좋다고 했더니, 성자께서 "'네가 옷을 안 빨아 주니까 이렇게 옷이 다 검어졌다. 신부가 안 빨아 주니까 검은 것이다. 세상에 나가서 환난과 핍박에 쓰러지지 말라고 내가 너를 연단시키다 보니까 너무 힘들었던가 보다."하고 말씀하셨다. 세상에 돌아다녀 보니까 고생스럽고, 나도 참으로 불쌍한 사람이었다. 6개월 동안 취직도 못 하고 돌아다니니까 민망했다. 누가 써 주는 사람이 없었다. 성자께서는 "너의 심정 다 안다. 하지만 조용한 곳으로 가자."라고 말씀하셨다. 때가 지나가니 힘들어도 가야 된디는 심정이 전해져 왔다. 결국 다시 산으로 돌아가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때 성자께서 내게 약속을 하셨다. 그렇게 연단하고 가면 세상에 나가서 쓰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자께서는 "갑옷을 입어야 총을 맞고도 죽지 않는다. 잘되다가 죽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오죽하면 그랬겠냐? 사람은 알아야 한다." 하며 성자의 입장을 깨우쳐 주셨다. 예수님 시대에도 제자들이 따랐지만 구원자가 가는 길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성자께서는 과거에 예수님이 이스라엘 민족에게 너무 억울하게 당했던 것, 너무 분통하게 당했던 것 등 이런 문제들을 그날 나에게 깨우쳐 주셨다. 그리고 나에게 "결국은 네가 강해야 한다. 네가 갑웃이 되어야 한다." 이런 감동을 주셨다. 그때 나는 지금과 같이 하늘의 일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생각지도 못했을 때다. 다만 '앞으로 전도하다 보면 부흥강사를 시킬 것인가?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다시 기도굴로 가서 성자가 원하시는 만큼 기도하고 배웠다∥
나는 토라진 애인을 다시 만난 것같이 좋아서 다시 산으로, 기도 장소로 가겠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성자는 사라지시고, 나는 그날 밤에 당장 가기로 하고 그 길로 즉시 기도굴로 갔다. 기도굴에 가서 기도하니 성자께서 나타나셔서 너무 좋아하며 나를 대해 주셨다. 마음이 천국이 되고, 곤고함이 없어졌다. 그 후로 산에서 내려오지 않고 계속 기도했다. 성자를 애인으로 신랑으로 모시고 계속 사랑했다. 내가 기도하니 어느새 성자의 옷이 깨끗해지고 나의 옷도 깨끗해졌다. 기도하면서 낮에는 꼭 주변을 돌며 햇볕을 쬐라고 하셔서 햇볕을 쬐며 건강 관리도 철저히 했다. 회골에서 성자를 만난 후,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성자가 원하시는 만큼 기도하고 배우며 각종 어려움을 견디어 결국 지금의 세계적인 역사를 펴게 되었다.
∥성자와의 만남을 기념하는 소나무∥
월명동을 개발하던 어느 날, 20대에 성자를 만났던 회골의 그 빈집이 지금도 있나?' 하고 궁금해져서 너무 가 보고 싶었다. 막상 가 보니 집은 모두 무너져 버리고 집을 쌓았던 돌의 흔적만 남아 있었다. 그때 성자께서 "너와 내가 만난 집이 없어도 저 옆의 소나무를 보아라. 집 대신 소나무로 너와 내가 만난 것을 기념하자."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을 듣고 무너진 집 주위를 쳐다보니 큰 소나무가 한 주 눈에 띄었다. 쫓아가서 즉시 풀도 깎아 주었다. 가슴 뭉클해서 “그때 그 마음을 느끼게 하려고 감동시켜 오늘 갑자기 오게 하셨어요?” 하고 물으니, 성자께서는 그렇다고 하셨다. 내가 성자를 다시 만났던 것을 기념하여 이 소나무를 두고 사연을 남겨 주신 것이다. 그 후로 이 소나무를 손질하고 잘 가꾸었다. 주변의 나무는 다 베어 가도 성자가 이 소나무만은 못 베어 가게 하시어 결국 귀한 사연의 소나무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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