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2021.07.04. 일요일
허 은 령
사랑하는 아들아! 너를 보낸 뒤 처음으로 맞이하는 주일이다. 나로도 고모 택에 인사 갔던 그 주일, 전망대 너른 광장 나무 그늘 아래서 셋이 모바일 예배를 드렸던 모습을 떠올리며, 허전한 마음으로 1년 반 만에 처음 대면 예배에 참석했단다. 여전히 교회는 평온한 영적 장소로 존재해 있었고, 오랜만에 만난 장년부 어른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분주한 아침 시간을 보냈다. 모두들 갓 입대한 네 안부를 묻고 서운한 엄마 마음을 위로해 주더구나. 역시 우리는 사랑 받는 가족이구나, 헛살지 않았구나 싶었어.
‘충성과 지혜로 예비해야 주를 맞는다.'는 말씀 본문에 따라 '충성과 지혜로 예비하라.'라는 주제의 말씀을 전해주셨다. 때마침 찾아온 장마철 예를 드시며, 예비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갑작스러운 일을 막을 수 없다는 말씀이 너무도 합당하게 와닿았단다.
또, 세상에 무서운 것이 세 가지 있는데 그 하나는 전쟁 때 화살이요, 또 하나는 장마철 물살이요, 나머지 하나는 찌푸리는 눈살이라 말씀하셨다. 눈 생긴 모습이 문제가 아니라 눈의 표정이 중요하니 웃는 연습을 많이 해서 매력 있고 사랑스럽고 귀엽고 덕망 있고 웃음기 있는 그런 눈살로 고쳐야 한다고 하셨어. 이 말씀 또한 사람의 인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엄마에게는 너무도 머리에 쏙쏙 새겨지는 말씀이었단다.
일본에는 400mm가 넘는 폭우로 산사태가 일어나 순식간에 집과 도로를 집어삼키는 일이 생겼는데 어찌 일본만의 일일까 싶어 정말 물을 조심해야 되겠구나 싶다.
'물' 하면 노아 때 홍수심판이 먼저 떠오르는데, 물은 시험이요 어려움이요 환란이요 모든 화 거리로서 품고 나가는 데 엄청난 힘이 있지. 사탄도 물과 같이 틈을 뚫고 나가니 물 샐 틈 없는 절대적인 신앙으로 자기를 완벽하게 만들라고 하셨다. "충성과 지혜로 준비하고 예비 된 자만이 어떤 일도 하게 된다."는 진리의 말씀을 곱씹으며 식사 후 차를 마시고 있을 때, 네 전화를 받게 될 줄이야....
엄마는 마치 엄청나게 큰 선물을 받아 든 아이같이 기쁘고 흥분했는데, 혹시 알아챘니? 주일말씀이 듣고 싶어 전화한 네가 너무도 고맙고 대견해서 아빠와 내내 이야기를 했단다. 주일말씀의 귀한 양식을 채우지 못해 한동안 곤고하겠지만 늘 하나님과 성령님을 붙잡고 심정 깊게 기도하며 기다려 보렴, 때가 되면 합당한 방법으로 말씀의 떡을 배불리 먹게 해줄게.
너의 밝은 목소리를 들으니, 아빠도, 엄마도, 걱정 인형 할머니께서도 걱정이 싹 걷히고 안심이 되는구나. 결국은 이렇게 안심하게 될 줄 알았기에 더욱 감사드리며 은혜로운 주일 밤 뚜껑을 덮는다. 잘 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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