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칼럼] 검사가 제출한 디지털 증거(CD파일)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사례
정 성 화
검사가 제출한 디지털 증거(CD파일 등)에 대하여 원본과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대법원의 판례가 있어 소개한다.
[사안] 유흥주점을 운영하던 운영자 A와 경리부장인 B는 2012.부터 2014.까지 유흥주점을 운영하면서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했다는 혐의로 기소가 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다. 당시 수사기관에서는 피고인들의 조세포탈 혐의를 입증하기 위하여 피고인들이 운영하던 유흥주점에서 경리직원 이OO이 사용하던 이 사건 USB에서 조세포탈 장부가 담긴 파일로 추정되는 엑셀파일과 문서파일들을 선별한 뒤 이미징 작업을 한 후 이와 같은 이미지 파일을 압수하였고, 검사는 제1심에서 피고인들의 포탈세액을 특정하기 위한 증거자료로 위와 같이 압수한 ‘판매심사파일’ 등이 들어 있는 이 사건 CD와 그 출력물을 증거로 제출하였다. 이때 검사가 제출한 이 사건 CD 내 ‘판매심사파일’과 그 출력물을 유죄 인정을 위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 즉 위 CD 내의 이미징 작업을 한 파일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안이었다.
[판례]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전자문서를 수록한 파일 등의 경우에는, 성질상 작성자의 서명 혹은 날인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작성자·관리자의 의도나 특정한 기술에 의하여 내용이 편집·조작될 위험성이 있음을 고려하여, 원본임이 증명되거나 혹은 원본으로부터 복사한 사본일 경우에는 복사 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된 사본임이 증명되어야만 하고, 그러한 증명이 없는 경우에는 쉽게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그리고 증거로 제출된 전자문서 파일의 사본이나 출력물이 복사·출력 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 내용을 그대로 복사·출력한 것이라는 사실은 전자문서 파일의 사본이나 출력물의 생성과 전달 및 보관 등의 절차에 관여한 사람의 증언이나 진술, 원본이나 사본 파일 생성 직후의 해시(Hash)값 비교, 전자문서 파일에 대한 검증·감정 결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원본 동일성은 증거능력의 요건에 해당하므로 검사가 그 존재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해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출처: 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3263 판결)
이와 같이 대법원에서는 디지털 증거의 원본 동일성과 무결성에 대하여 검사에게 주장·증명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하였고, 나아가 이러한 증명은 자유로운 증명으로 족하나,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따라서 위의 문제가 된 사안에서와 같이 디지털 증거자료가 원본이 아닌 복사본이거나 파일형식이 이미징 작업으로 변형된 경우에는 디지털 증거가 훼손, 조작, 변경되었을 사정들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그 증명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판단함으로써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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