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치원 선생님
서 명 실
나는 요즘 영업을 접고 요양보호사 일을 하고 있다. 천성적으로 영업은 내게 걸맞지 않은 일이나, 하나님 뜻이 있어 들어갔던 곳에서 1년 동안 빡세게 오르는 혈압 때문에 뒷목을 잡으면서도 잘 버텨낸 나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ㅋ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처음 도입되던 2009년도에 자격증을 따 두었던 걸 요즘 들어 요긴하게 잘 써먹고 있으니, 새삼 유비무환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바다.
내가 다니는 센터에는 약 45명 정도의 노인들이 다니고 있는데 흔히 말하는 노(老)치원이다. 50대 후반~90대 후반까지 뇌경색, 치매, 근골격계 이상 등의 증상을 가진 분들이 대부분인데, 성격도 특성도 아주 다양하다.
운동 시간에 물리치료사의 올바른 운동법 지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멋대로 팔운동 기구를 마구잡이로 흔들어대는 사람, 요양보호사 선생들의 말도 듣지 않고 고집부리고 혈기 부리는 사람, 욕하고 싸우고 다투는 사람, 크고 작은 물건을 도둑질하여 자기 호주머니에 넣는 사람, 늘 유머와 재치로 상대를 웃게 해 주는 사람, 말없이 참고 기다리며 배려해 주는 사람 등 참으로 천차만별의 사람들이 함께 한 공간에서 생활해 나가고 있다.
어제는 토요일이어서 다 같이 소파를 원형으로 만들어 놓고 윷놀이를 했는데, 내가 어른들 윷놀이 차례를 헷갈려서 몇 번 실수를 한 걸 90대 후반의 한 어른이 계속 핀잔을 주면서 잔소리를 해대는 바람에 진짜 심정이 많이 상했다. 옆에 있던 과묵한 한 노인이 참다못해 “아따, 그만 좀 하소~! 옆에서 계속 떠들어대니 시끄러버 죽겠네~!” 해도 제멋대로 틀어놓은 라디오처럼 잡음에 가까운 그 잔소리...!
특히 신경성 위염으로 체한 상태에서 극심한 두통을 말없이 감내하며 겉으로는 웃으면서 프로그램 진행을 돕고 있는 나에게 그 지적질과 불평의 소리는 너무나 잔인한 것이었다. 그렇게 주변인들의 말도 제재도 전혀 먹히지 않기에, 참다 못한 내가 그 사람 코앞으로 걸어가 정면에서 단호하게 “어르신~!” 하고는 천진하게 웃으면서, “제가 이제부터는 알아서 잘할게요~~!^^” 했더니 그도 따라 웃으며 잘 마무리가 됐다. (톡 쏴주고 싶은 걸 참아내느라 혼났네! 휴~~)
그리고 이후에는 1시간 정도 음향기를 틀어 놓고 각자 노래를 부르는 시간을 가졌는데, 한 어른이 평소의 잘 부르던 곡이 아니었기에 2절부터는 자신이 없었던지 옆의 친구에게 마이크를 넘겼는데, 그 옆 사람 역시 잘 모르는 곡이라 당황스러웠던지 갑자기 화를 내면서 벌떡 일어나더니 “옴마야~! 와 나한테 마이크를 넘기노? 참 나, 니가 모르면 안 부르면 될 일이지, 진짜로 별난 할망구네~! 니, 내가 그리 만만해 보이나?” 하면서 다다다닥 따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상대방 어른도 이에 질세라 얼굴이 빨개지도록 씩씩대며 언쟁이 일어났고, 급기야 상대방 어른이 그 친구를 때린다는 것이 싸움을 말리기 위해 옆에 서 있던 내 팔을 몇 대 때렸다. (다행이다, 펀치가 빗나가서, 큭 ) 급기야 선생들까지 몇 명 동원돼서 둘 사이를 서로 멀리 떼어 놓음으로써 ‘국지전’은 거기서 끝났지만, 한동안 다시 언쟁이 붙을까 봐 우리는 모두 긴장한 상태로 남은 시간 동안 보초를 서야만 했다.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유치원은 극성 엄마들의 민원이 말썽일 것이고, 노치원은 그런 민원은 없지만 모두 뇌가 굳은 상태에서 고집불통이고 자기 주관만 강하니 참 골치가 아프구나~! 유치원 아이들은 귀엽고 사랑스럽기나 하지, 이건 참...!’
그리고 이어서 ‘그래, 천국은 성 삼위의 형상대로 영혼이 만들어진 자들만 갈 수 있고 각자 만들어진 수준대로 그에 해당하는 영계로 가서 살게 되고, 그래야만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하신 말씀이 참으로 지당하구나~! 저런 제멋대로의 사람들이 만약 천국에 간다 해도, 만들어진 자들에게 고통이 오니 합당치 않아 쫓겨나기에 아예 미리 선악 간에 그 만들어진 대로 갈라져서 존재하는 것이 하나님의 공의의 선한 법칙이란 말씀이 정말 합당한 말씀이구나~!’ 하는 깨달음도 왔다.
뇌가 굳고, 체질이 굳어 타인의 말에는 마이동풍으로 사는 고집불통의 사람들..., 그리고 나이가 들어도 순수하고 겸손한 사람들... 노년의 그들 모습은 음으로 양으로 참 배울 점이 많다.
나는 욕심이 많다. 육신 가지고 이 땅에서 살 때 진정 하늘 뜻대로 잘 살아서 진짜 좋은 세계에서 영원히 즐겁고 행복하게 누리며 살고 싶다.
만들어지지 않은 자들의 삶은...원시인과 진정 다를 바가 없다.
[서명실 약력]
2022년 - 한국문학생활회 회원
<저작권자 ⓒ 제이에스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
문학 많이 본 기사
|